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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 (줄거리, 주인공 탐색, 리뷰)

by lunapam 2025. 7. 21.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자폐를 가진 한 청년이 마라톤이라는 세상을 향한 도전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고, 가족과 사회에 감동을 전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자폐 청년 ‘초원’과 그의 어머니, 그리고 코치와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진심이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인물 분석, 그리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리뷰합니다.

영화 줄거리: 마라톤으로 완성된 인생의 서사

〈말아톤〉은 자폐 장애를 가진 20세 청년 조승복(영화 속 이름: 초원)이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초원은 평범한 사회에서는 소통이 어렵지만, '달리기'라는 영역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빠르게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그의 어머니 경숙은 초원이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배제되는 모습을 보며 상처를 받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강하게 아들을 이끌어가는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초원은 말수가 적고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자폐적 특성을 보입니다. 사회적 관계에 서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특정 감각에는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 우연히 참가한 달리기 행사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뛰어 도착한 초원의 모습에 어머니는 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후 초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며 마라톤 훈련을 받게 되고, 프로 코치 출신이자 현재는 알코올 중독 상태인 ‘정욱’을 만나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게 됩니다. 초원의 기이하고 낯선 행동에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정욱은 점차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진정한 코치이자 인생의 멘토로 성장합니다. 이야기는 초원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그날까지 이어지며, 관객은 그의 42.195km를 함께 뛰는 것 같은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히 달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여정은, 장애인 개인의 극복을 넘어서 가족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묻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주인공 초원과 어머니: 관계 속에서 피어난 성장

이 영화의 중심은 단연 초원과 그의 어머니 경숙의 관계입니다. 초원은 자폐 진단을 받은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자폐를 가진 인물로서 반복된 루틴을 따르며 익숙한 환경에서만 안정을 찾으려 하고, 예상치 못한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나 마라톤을 통해 그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자폐라는 경계를 넘는 인간적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초원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는 실제 자폐인처럼 말투, 시선 처리, 손동작 하나까지 세밀하게 연기해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초원의 내면에 있는 고요한 외로움과, 달릴 때의 자유를 극명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반면, 어머니 경숙은 아들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집착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초원이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때로는 무리하게 훈련을 시키고, 사회에 적응시키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녀 역시 자신이 얼마나 불안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초원이 풀코스를 완주한 이후, 경숙이 처음으로 아들에게 “넌 있는 그대로 멋지다”고 인정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이자 감정적 해방의 순간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성공보다 더 큰 의미를 전달하는데, 바로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초원과 어머니의 관계는 이 영화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가족의 역할,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리뷰: 장애, 도전, 그리고 삶을 말하다

〈말아톤〉은 단순히 “장애인이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뉴스거리 수준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삶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가는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원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그 자체가 하나의 ‘다른 방식의 삶’임을 인정하게 만듭니다. 초원이 자주 말하는 “초코파이 좋아요”, “짜장면 먹고 싶어요”라는 말 속에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통해 안정감을 찾으려는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마라톤이라는 상징성은 매우 강렬하게 작용합니다. 마라톤은 시작하면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개인의 싸움이며, 포기하지 않으면 완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인내와 성장의 메타포로 작동합니다. 초원이 비록 페이스 조절이나 전략은 부족했을지라도, 그가 보여준 끈기와 열정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감독 정윤철은 감정을 과하게 자극하지 않고, 담담한 연출 속에서 현실감을 유지하며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대사 하나 없이 카메라만으로 초원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면들, 그리고 묵직한 OST와 조화를 이룬 엔딩은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게 만든 요소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장애를 ‘결핍’이 아닌 ‘다른 세계의 존재’로 인식하게 하며, 진짜 공감이란 동정이 아니라 이해임을 일깨워줍니다. 이로 인해 〈말아톤〉은 개봉 이후 수많은 관객들에게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평을 이끌었고, 국내 영화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말아톤〉은 자폐를 가진 청년의 마라톤 도전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삶, 관계, 장애,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감동적인 실화를 그린 영화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름’과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묻는 사회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본 후 남는 여운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으며, 우리 모두의 인생에도 각자의 마라톤이 있음을 일깨워줍니다.